'美교포 이용해 고소·인격 비난' 논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최장수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형욱<사진>씨가 1977년 '김대중(DJ) 납치사건' 등을 폭로하자, 당시 정부 최고위층이 대책회의를 열고 김씨의 신병인도 요구, 고소 제기, 언론 기사를 통한 김씨 비난 등 조직적인 대응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14일 밝혀졌다.외교통상부가 이날 공개한 77년도 외교문서에 따르면, 그해 6월 23일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와 김재규 중정부장, 김성진 문화공보부장관 등은 총리공관에서 '김형욱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이때는 김씨가 뉴욕타임스와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를 통해 DJ 납치사건 등 박정희 정권의 의혹 사항과 대미 공작 등 국가기밀을 폭로한 직후였다.
회의 참석자들은 재미교포들에게 김씨를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제기토록 유도하자고 결론지었다. 또 외무부를 통해 미 행정부에 김씨의 미국 망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신병인도를 요구하자고 했다.
이들은 이밖에 각 일간지에 사설과 기획기사, 사회단체 명의의 규탄성명을 게재토록 하는 등 국내 언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언론에 김씨의 인격을 비하하는 내용, 외국과의 정치자금 거래 및 스위스은행 개입설에 대한 외신 보도를 싣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