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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보이지 않는 주황색 택시-외국인 관광택시 3개월 (2)

쥴라이신부 2009. 8. 6. 11:10

공항 출입구 앞에 늘어선 택시행렬. 외국인 관광택시는 한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외국인이 매일 2000명이 넘을 겁니다. 근데 우리가 태우는 건 하루에 5명입니다.”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들이 꼽는 ‘외국인 손님 유치’의 포인트는 공항과 호텔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택시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손님과의 접촉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홍보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외국인 관광택시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전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8일, 기자는 6개의 인천공항 출입구를 나서는 외국인 20명(영어권 10명, 일본인 10명)에게 “서울의 외국인 관광택시를 아느냐“고 질문했다. 아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이들 중에는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탄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13명). “나는 한국 많이 와봐서 잘 안다”며 “지하철을 타겠다”는 사람도 2명이나 있었다. 공항 내 안내데스크 직원들도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해 묻는 외국인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외국인 관광택시의 공식명칭은 ‘인터내셔널 택시(International Taxi)’다. 외국인 관광택시 안내창구에 영문 표기가 돼있다. 이 곳에는 기사들이 자체 측정한 공개 요금표도 붙어있고, 서울 지역 명소에 관한 안내자료도 배포한다. 하지만 이 곳은 C출입구 왼쪽으로 나왔을 때만 눈에 들어온다. 색깔 때문인지 얼핏 눈에 띄지 않을 뿐더러, 외국인 손님들을 이 곳으로 안내해줄 현수막이나 이정표도 없다.

외국인 관광택시는 주황색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출입구 앞에 항시 대기하는 일반 택시와 달리 창구의 콜을 받아야만 공항 승강장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창구 담당자는 ‘콜은 하루에 10건 정도’라고 대답했다. 기사들의 대답은 “하루에 5건 정도”였다.

“공항에서 첫 순번으로 5시간을 기다렸는데도 결국 아무도 못 태우고 돌아갈 때 기분 아세요? 정말 말로 다 못합니다.”

원래 외국인 관광택시의 승강장은 택시 승강장 가장 끝인 14C 구역이었다. 그러나 창구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콜한 승객이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일반 택시가 채가곤 해서” 승강장이 B출입구 앞쪽의 4D 구역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공항에 배포된 ‘인천국제공항이용안내’에는 여전히 외국인 관광택시 승차장이 14C로 표기되어 있다.

“일반 택시의 호객행위가 정말 큰 문제예요. 공항에서 대기하는 일반 택시 기사들은 우리한테 자기 몫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거든.”

공항 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 버스 승강장이 있고, 길을 건너면 택시 승강장이다. 이 곳에는 모범, 점보(밴), 일반의 3종류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기자를 본 여러 택시 기사들이 동시에 말을 걸어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한국말 하세요?” “일행 있어요?” “May I help you?“

원칙적으로 택시는 탑승 의사를 밝히는 승객만 태워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택시 승강장으로 들어서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절반 가량은 택시 승강장 너머의 장기주차장을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같은 택시의 호객행위는 이미 여러 언론 매체에서 지적해 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팔을 잡아 끌진 않았지만, 그들은 기자의 앞을 막아서거나 몇 걸음 따라붙곤 했다.

외국인 관광택시가 호텔에서 손님을 만나기는 더 어렵다. 대부분 손님들은 호텔 측이 연결해주는 고급 렌트카를 타고 공항과 호텔을 왕래하기 때문이다. 이들 렌트카의 요금은 외국인 관광택시(6만5000원)의 두 배 가량이다.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들은 “호텔 측에서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해 안내하지 않아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호텔 안내원은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보다 편안한 차를 물색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시가 밝히는 외국인 관광택시제도 도입취지는 ‘외국인에 대한 편의 제공 및 기존 택시 문화 개선’이다. 기존 택시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검증된 기사를 골라 뽑은 것이 외국인 관광택시다. 서울시는 택시문화 개선의 증거로 “외국인 관광택시가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항의전화가 많아진 점을 꼽는다.

“저희 창구에 공개된 요금표, 질 좋은 서비스 때문에 호객행위나 미터기 장난하는 일부 기존 택시들이 압박을 느끼는 거죠. 저희는 ‘정상적으로 운행하시라’는 것 밖에는 드릴 말이 없어요.”

서울시 측은 “아직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측 수요가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이번에 100대를 더 증차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안내데스크, 전용승강장, 공항 및 호텔에의 협조요청, 홍보캠페인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또한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해 안내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들은 ‘고급 인력’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들은 소형 패키지관광, 시간대별 관광상품 등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는 외국어 회화가 가능하고 서울시가 신원을 보증하는 고급 인력이에요. 여성용 귀가택시(핑크택시)도 할 수 있다니까요. 하지만 아직 현실은 술 취한 손님이나 태우고, 길거리 영업에 목숨을 걸어야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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