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 내려와 탈진한채…강원 백두대간 산양 '수난'
- ▲ 12일 화천 평화의댐 인근에서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이 탈진된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12시께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 460번... /뉴시스
- 멸종위기 1급종 산양.수달 잇단 탈진 구조
강원도내서 올들어 야생동물 구조 23건..먹잇감 부족 따른 탈진이 절반 이상
최근 폭설로 인해 강원 백두대간 등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이 먹잇감 부족으로 탈진한 채 구조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13일 강원도 야생동물구조센터(센터장 김종택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이 중 먹잇감 부족에 따른 탈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12일 오후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 평화의 댐 인근 460번 지방도에서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1마리가 탈진한 채 한국 산양보호협회 회원 등에 의해 구조됐다.
이 산양은 3~4년생 수컷으로 폭설 탓에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탈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양구군 방산면 인근 도로에서 멸종위기 1급 종인 수달 1마리가 탈진해 쓰러진 것을 군청 직원 등이 구조, 구조센터로 옮겨 치료 중이다.
이들 야생동물은 폭설이 내린 지 일주일이 넘도록 눈 속에 파묻힌 먹이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 탈진한 채 민가 인근의 도로까지 내려와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밖에 폭설과 혹한으로 먹이를 찾지 못해 산속에서 굶주리다 폐사하는 야생동물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폭설로 백두대간 등 산간오지의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도와 각 시군, 환경단체 등이 야생동물 먹이주기에 나섰다.
도와 원주지방환경청 및 군부대는 오는 15일 철원군 동송읍 하길리 일명 ’아이스크림’ 고지 일대에서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4t 가량의 먹이를 곳곳에 살포하기로 했다.
태백시도 같은 날 대덕산과 금대봉 등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옥수수 등 1천㎏의 먹이를 살포할 예정이고, 삼척시도 백두대간 지구에서 먹이주기 행사를 벌인다.
이밖에 춘천, 원주, 동해, 홍천, 양구, 인제, 평창 등 각 시.군에서도 야생동물보호구역이나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에서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 사료, 배추 등의 먹잇감을 살포할 계획이다.
김종택 야생동물구조센터장은 “최근 먹잇감이 폭설로 뒤덮여 산양과 수달 등 멸종위기종 뿐만 아니라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탈진해 폐사할 우려가 크다”며 “헬기를 이용해 깊은 골짜기에 먹이를 살포하거나 등산객에게 먹잇감을 나눠줘 살포케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먹이주기 행사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책정된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형식적인 먹이주기 행사는 야생동물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