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선 밑에 터널 뚫어 지하철역과 환승할 수도
2.5㎞마다 공기순환 수직갱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한 무역회사로 출근하는 회사원 최용석(41)씨는 하루 평균 3시간을 출·퇴근에 쓴다. 전철과 광역버스, 마을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탓이다. 가끔 짐이 있을 땐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이럴 때도 곳곳에서 교통 체증에 밀려 시간을 단축하지는 못한다. 연료비와 도로사용료 부담만 커질 뿐이다.경기도청 교통과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권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른 광역 지자체로 통근할 경우, 평균 66분이 걸린다. 지난 4년 동안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교통량은 65.5% 증가해 자가용 출·퇴근도 여의치 않다. 신도시 건설 등으로 수도권 유입 인구는 매년 증가, 작년 한 해 동안 수도권의 교통혼잡비용은 12조4201억원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난 1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reat Train eXpress·이하 GTX) 3개 노선 동시 건설을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조응래 부원장은 "수도권 지하철과 전철은 노선이 구불구불해 통행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빠른 시간 내에 도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GTX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 50m에 놓이는 '대심도' 철도
GTX 3개 노선은 수도권 방사축 중 경부·경인·경의축과 서울 도심을 지하 40~50m 깊이에서 연결한다. 평균 깊이 20~30m 지하철 노선 밑에 다시 터널을 뚫어 대심도(大深度) 깊이에 철도를 설치한다. 지하철보다 깊은 곳에 만들어져 직선 코스의 최단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지하철 역사가 1~1.5㎞마다 설치되는 것과 달리 GTX 역사는 10㎞ 내외의 간격으로 설치된다. GTX 정차역은 기존 지하철역과 환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승객들은 GTX 역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moving walk·지하도와 공항 등에 설치된 자동 보행길)를 통해 대부분 10분 안에 지하철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GTX에는 2.5km마다 수직갱을 설치해 지하와 지상의 공기를 순환시킨다. 수직갱에는 엘리베이터도 함께 설치돼 화재 발생시 승객들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대피 공간으로 활용된다. 수직갱 사이에 대피소를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동탄에서 18분 만에 강남 도착
GTX에는 최고 속도 시속 200㎞로 달릴 수 있는 급행열차가 투입된다. 표정속도(정류장 정지 시간 등을 포함한 속도)로 봐도 한 시간에 100㎞를 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범 운행 중인 틸팅(Tilting) 열차 수준이다. 시속 32㎞인 지하철 표정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르다. 열차는 총 6량으로, 한량에는 200명까지 탈 수 있게 만들어질 계획이어서 한 번에 1200명의 승객이 이용할 수 있다. 배차 간격은 5분 안팎이 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GTX 3개 노선이 동시에 완공돼 실제로 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현재 66분 걸리는 화성 동탄~서울 삼성 구간이 18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삼성에서 고양 일산은 83분에서 22분으로,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는 47분에서 20분으로, 의정부~청량리는 31분에서 12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예상 승차요금은 3000원, 동시 착공 안 되면 오를 수도
예상 승차요금은 평균 3000원 수준이다. 20㎞ 미만은 2000원, 20~40㎞는 3000원, 40㎞ 이상은 4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동시 착공이 아니라 1개 노선씩 순차 착공할 경우 공사비용 상승으로 요금이 평균 4400원으로 뛸 수 있다.
경기도는 2011년 1월 3개 노선 동시 착공에 들어가 2016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3조9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는 민자 60%와 신도시개발부담금과 역세권 개발이익금 20%, 국비와 지방비 20%로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민간 투자로는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10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제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