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10월5일 보도
1만2000m상공에서 조종사는 조종간을 놓은 채 여승무원을 주먹으로 쳤다. 여승무원은 기내식(機內食)을 조종사에게 집어던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①승무원끼리의 싸움?
1969년 한국에 첫 민간항공사 대한항공이 생긴 이후 문제가 된 승무원들 간의 기내 싸움은 없다. 사소한 말다툼을 제외하면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싸움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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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며 웃었다. 사진은 기내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승무원의 모습(가운데). / BBC 캡처
각 항공사는 '항공법'과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체적으로 운항규정을 만든다. 이 규정은 국토해양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규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안전한 운항이다. 이 규정에 '승무원끼리의 난동'에 대한 내용은 없다. 조용무 아시아나항공 차장은 "내려서 싸울 수는 있지만 기내에서 싸운다는 건 승무원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며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규정도 없다"고 했다. 승무원끼리의 기내 성희롱도 비상식적인 것으로 여겨져 세부규정은 없다. 항공사 내부 규정에는 다만 '타 직원의 업무 집행을 방해하거나 회사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경우 파면된다'는 조항이 있다.
비행 중에는 기장이 '절대 권력'을 갖는다는 것도 싸움이 일어날 수 없는 한 요인이다. 기장은 안전 비행의 최종적인 책임자다.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기장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항공안전법 43조는 '폭행·협박 또는 거짓말로 기장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기장이 비정상적인 명령을 해도 승무원들이 비행 후 보고서를 내야 한다.
②텅 빈 조종석?
항공기는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지만 기장과 부기장은 조종실을 비울 수 없다. 수시로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레이더 교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자체 규정도 기장과 부기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항공법은 '항공기를 운항하려는 사람이 재산 및 인명을 보호하기 위한 비행규칙을 위반할 경우 항공종사자 자격증을 취소한다'고 규정했다. 조종실에서 나올 수 없는 기장을 대신해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이 객실을 담당한다.
③아무 데나 착륙?
응급 상황으로 비상착륙을 하려면 기장은 미리 해당국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예정된 비행경로를 벗어나 비행기를 착륙시킨다면 '항공기 납치'가 된다. 이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항공안전법 42조에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항로를 변경해 정상운항을 방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40조는 '항공기를 강탈하거나 운항을 강제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④기내 난동은 어떻게 처리?
승무원들은 '객실승무원 업무교범'에 따라 행동한다. 승무원들은 먼저 대화로 난동 중지를 요청한다. 그 후 2차로 경고장을 제시한다. 변화가 없고 기내 난동이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문제 승객'을 제압한다.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전기 충격기나 가스분사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타이랩(난동 승객을 묶을 수 있는 플라스틱 줄)으로 묶인 승객은 항공기가 착륙함과 동시에 경찰로 넘겨진다.
기내 난동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항공안전본부는 "예전에는 국내 항공사가 고객유치 차원에서 조용히 넘어갔지만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며 "안전에 위협된다고 판단되면 엄하게 처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