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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개통_18㎞ 大役事(대역사)에 숨은 기록들

쥴라이신부 2009. 10. 17. 21:24

[주간조선] 인천대교 개통_18㎞

 

 大役事(대역사)에 숨은 기록들

연 23만명 동원, 중장비 4만대, 1조3000억 투입
52개월… 최첨단 공법 공사 기간 획기적 단축
50m 1400t짜리 콘크리트 상판 336개 설치
10만t급 충돌에도 끄떡없는 교각 충돌방지공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76호에 게재되었습니다.>

10월 19일 대한민국 건설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역작(力作)이 인천에 들어섰다. 바로 인천대교다. 서해를 가로지르는 인천대교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게 만드는 걸작이다.

사장교 방식이 주축인 인천대교는 주경간(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이 800m로, 세계 5위의 장대(長大)교량이다. 총 연장 기준(18.2㎞)으로는 세계 6위다. 해상 구간만 11.7㎞나 된다. 주탑의 높이는 서울 남산 높이와 맞먹는 238m나 된다. 일반적으로 장대교량은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가 200m 이상인 교량을 가리킨다. 교각과 교각 사이가 길수록 고난도의 건설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대교량은 초고층빌딩과 함께 최첨단 건설기술을 한눈에 보여주는 분야이며, 건설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으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한다. 인천대교가 개통되면, 서울남부 및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통행거리가 기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13㎞ 이상 단축되고, 통행시간도 40분 이상 단축된다.

또 인천국제공항의 최대 약점인 접근교통시설을 다양화시키는 등 주변국 공항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유일한 공항진출입도로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대체도로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 남부를 잇는 제2경인 및 서해안 고속도로와도 연결돼 인천공항 물류지원 체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영종지구) 간 핵심 인프라 구축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의 도약 및 연도(沿道) 지역개발 촉진도 함께 기대된다.

(좌)개통 전의 인천대교 (우)인천대교 하부를 체크 중인 교량점검차량.

인천대교는 2005년 7월 착공해 연간 인원 23만명, 중장비 4만대가 투입된 대공사다. 공사비도 약 1조3000억원이나 된다. 세계적인 공사답게 각종 기록이 즐비하고 첨단기술과 장비도 많이 적용됐다.

공사현장인 인천 연수구 송도 앞바다는 여건이 몹시 열악한 곳이다.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잦으며 하루에 두 번씩 바뀌는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9.27m. 밀물과 썰물 때는 유속이 초당 1.27m에 달해 휩쓸리면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곳이다.

바람도 계절은 물론 하루 중에도 이른 새벽이냐 늦은 오후냐에 따라 세기와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인천대교라는 대역사(大役事)를 건설하는 데 소요된 기간은 52개월에 불과하다. 총 7.3㎞의 서해대교를 건설하는 데 72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대교의 공사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시공을 맡은 7개 건설사의 주간사인 삼성건설은 인천대교를 건설하는 데  바다 위에서 건설되는 민자구간의 경우 국내 일반 건설프로젝트와 달리 단계별로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을 적용하고 최첨단 공법을 적용해 공기(工期)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대표적인 공법이 인천대교 고가교와 접속교에 적용된 조립식 상판을 육상에서 제작해 설치하는 FSLM 공법이다. FSLM 공법은 1경간(교각간 거리)에 해당하는 상부구조물 전체를 육상의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정해진 위치에 거치시키는 공법으로, 제작장에서 제작된 상판을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운반용 차량에 적재해 제 위치로 이동시킨다. 이를 통해 인천대교는 3개월이나 공기를 단축했다. 교각 사이마다 올려지는 상판은 길이 50m, 폭 16m, 두께 3m에 무게가 1400t에 달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인천대교에는 이런 상판이 모두 336개가 설치된다.

특히 50m 상판의 경우 육상에서 2일에 한 개씩 생산할 수 있어 역시 공기단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직접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상판을 만들면 최소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공기단축을 위한 최첨단 공법 외에도 인천대교에는 국내외 최초의 다양한 기술이 동원됐다. 인천대교에 최초로 시도된 공법을 보면 우선 ‘교량 기초(RCD Pile)’를 들 수 있다. 기존 장대교량의 주탑 기초를 다지는 방식은 가물막이 방식, 즉 주변을 대형 원통으로 둘러싸고 물을 퍼낸 후 교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공기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인천대교는 바다 밑으로 말뚝(파일)을 박고 이를 기초로 교각을 세운 뒤 교각 사이에 상판을 올리는 방식으로 공사를 했다. 보통은 교각 기초를 다지기 위해 물막이 공사를 한 후에 물을 빼내고 공사를 한다. 그러나 인천대교 주탑은 물막이를 하지 않고 지름 3m의 대형강관 24개를 바다에 심어 기초를 세웠다. 특히 인천대교의 경우 말뚝의 지지력을 확인하기 위한 재하(在荷)실험을 실시했는데 세계 최대 규모인 3만t의 말뚝 재하실험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같은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인천대교는 5만t 이상의 설계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직경 3m의 현장 타설 말뚝 24개를 주탑 기초로 시공해 공기 및 공사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인천대교는 국내 처음으로 선박 충돌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장치는 충돌방지공을 2개의 주탑과 주변 교각 일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바다에 심어 자동차의 범퍼처럼 선박이 교각에 직접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충돌방지공은 10만t급 선박이 충돌해도 안전할 수 있도록 총 38개를 설치했다. 29회의 모형실험과 위험도 분석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충돌에너지 소산(所産) 메커니즘을 확인한 후 충돌방지공의 최적형상 및 설치 위치를 결정해 시공했다. 충돌방지공은 10만t급 대형화물선이 10노트의 속력으로 충돌할 경우에도 교각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인천대교는 영종도에서 송도구간을 직선으로 쭉 뽑지 않고 사장교 구간의 1480m만 직선으로 설계했다. 사장교 구간을 제외한 양 구간을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한 것이다. 완만하게 처리한 것은 주경간을 지나 북서쪽의 남항으로 선박들이 들어가는데, 다리를 직선으로 할 경우 다리를 지나 서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길이의 항로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대교는 다리 형식이 다양하다. 사장교, 접속교, 고가교 등 3가지 타입의 교량으로 구성돼 있고 사장교가 핵심이다. 사장교란 주탑에서 비스듬하게 친 케이블로 상판을 매다는 교량 형식을 말한다. 주경간(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이 800~ 1000m 정도 범위의 도로교에 흔히 적용된다. 인천대교의 사장교 구간은 중앙경간이 800m로 국내 최장, 세계 5위 규모이며 이 구간의 총 길이는 1.48㎞이다. 최대 10만t급 선박이 인천항 주항로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탑과 상판을 지지하는 케이블의 경우 양면 총 208개의 케이블이 설치되며 직경 97㎜에서부터 153㎜까지 여러 타입의 폴리에틸렌 튜브 흰색 케이블로 설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투입된 인천대교는 완공도 되기 전부터 해외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건설 전문지 ‘컨스트럭션 뉴스’는 인천대교를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공중 유리 교량인 ‘스카이 워크’ 등과 더불어 세계의 ‘경이로운 10대 프로젝트’로 선정한 바 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 건설기술력을 극찬했다. 완공도 되기 전에 5만여명 넘는 방문객이 현장을 찾았는데 그중 외국인만 10%를 넘어섰다. 인천대교는 개통 후 새로운 대한민국 관광 아이콘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 인천대교 현장 김동완 부장

“겨울엔 체감온도 영하 15~20도… 시간과 악천후와의 전쟁”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인천대교 현장에서 만난 김동완(金東完·52) 부장은 마무리 점검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김 부장은 국내 최고의 장대교량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한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등 장대교량 현장에서만 10년을 보냈다. 김 부장 정도 직급에서 이런 경험을 쌓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동아건설에 입사해 리비아 대수로 현장에서 근무했다. 1988년 현재의 직장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옮겼다.

각종 건설공사와 장대교량 공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인천대교는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다. 특히 송도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9m가 넘고 물이 빠졌을 때는 접안(接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사를 아예 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또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어 시계가 흐릴 때도 배가 출항을 할 수 없어 작업을 할 수 없었다. 파도가 많이 쳐서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작업이 불가능했다. 그는 “가뜩이나 공사기간도 짧은데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애먹었다”고 말했다.

기초파일을 박을 때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심도가 바다표면에서 80~90m는 내려가야 하는데 지반이 약해서 공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다시 파내고 작업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지난 2007년 12월 무렵 측경간(주탑과 인접 교각 사이)의 강상판을 가설할 때도 날씨가 추워 혼났다. “철구조물로 한꺼번에 만들어 가설했는데 해상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10~15도나 더 내려갔습니다. 마스크를 안 쓰면 입이 얼어서 말을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인천대교는 사장교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간이 곡선이다. 연결지점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 구간을 직선으로 하면 배가 지나갈 수 없었다. 곡선이 되면 접합부분을 정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볼트 3000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야 한다.

“별도 전담팀까지 두고 선형관리를 해나갔지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애로사항을 극복하고 드디어 인천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인천대교의 처음부터 끝까지 산파역을 맡은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인천대교가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건설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도 인천대교에 자부심을 갖고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의 장대교량

日 아카시해협대교 주탑 간격 1991m 1위

장대교량의 공법은 대개 현수교와 사장교로 나뉜다. 현수교는 적당히 늘어지게 친 케이블이 본체를 구성하는 다리를 가리킨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주경간이 1㎞ 이상인 다리는 현수교가, 그 이하는 사장교가 많다.

교각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경간이 길수록 고난도의 시공기술이 요구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섬과 섬, 섬과 육지 등 장거리 구간을 연결하는 장대교량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물류량이 늘어나 국가 간 지역 간 연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건설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대교량 시장이 형성돼 왔지만, 현재는 중국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현수교로는 주경간 1991m로 세계 1위인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 미국의 금문교,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 이스트 대교 등을 들 수 있다. 2016년 준공 예정인 이탈리아의 메시나 대교는 주경간이 3300m나 된다.

사장교의 최대 주경간은 현재 1㎞ 정도이며 중국의 수통 대교, 일본의 다타라 대교, 시공 중인 홍콩의 스톤커터스 대교 등이 대표적인 사장교로 꼽히고 있다.

국내 장대교량 시장도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서해대교, 영종대교, 광안대교 등 케이블교량(현수교나 사장교를 합친 명칭)이 16개가 있다. 주경간 1545m의 현수교인 광양대교와 같이 세계적인 수준의 장경간 케이블 교량을 포함해 40여개의 장대교량이 계획·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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