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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TV진품명품 감정가 12억 기록한 장구는 지금…

쥴라이신부 2009. 9. 6. 09:10

 

[Why] 최고감정가 12억원…

그 후 명품들 어떻게 됐을까?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 15년동안 의뢰받은 소장품

국내에 소장된 명품(名品)을 발굴해 소개하고 값을 매기는 KBS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15년째다. 그간 의뢰받은 소장품만 2000여개가 넘는다. 여기서 억대(億臺)로 평가된 명품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지난달 23일 1억원의 감정가를 기록한‘만인산(萬人傘)’/ 역대 12억원의 최고 감정가를 기록한‘청자 상감 모란문 장구’ KBS제공
지금까지의 최고가는 '청자 상감 모란문 장구'였다. 2004년 6월 당시 감정가가 12억원이었다. 화장품 사업을 하는 황모(56)씨는 "2002년에 아는 사람을 통해 장구를 구매할 당시 감정가는 그보다 더 높았다"고 했다.

고미술품 수집이 취미인 그는 "도둑이 들까 봐 방송 출연도 꺼려졌다"고 했다. 제작진의 '삼고초려'에 출연을 결심했지만 딸을 대신 내보냈다. 그는 "감정가가 방송된 후 그 이상 가격으로는 사람들이 안 사려고 한다"고 했다.

이 장구는 은행 금고에 있다. 황씨는 "깨질까 봐 꺼내 쓰다듬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며 "1년 내내 한 번도 안 볼 때도 있다"고 했다. 방송 후 5∼6명이 매매를 타진했지만 거래는 안 됐다. 그 중 3명이 일본인이었다.

황씨는 "외국으로 우리 문화재가 나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자손에게 대물림해도 좋고 세계에서 유일한 나만의 보물을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최고의 투자 상품 아니냐"고 했다.

김병국(63)씨도 제작진의 섭외 요청에 못 이겨 방송에 출연한 경우다. 서울 종로에서 골동품상을 하다 2006년 재미 교포에게서 구입한 '금란계회도'를 감정 의뢰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에 알려졌다.

금란계회도는 강릉 선비들의 계 모임 현장과 조약을 그린 조선 초기작이다. '독서당계회도(보물 867호)' '성세창제시미원계회도(보물 868호)'등 현존하는 다른 계회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당시 5억원의 감정가가 나왔다.

김씨는 자기 단독주택 지하 비밀금고에 그림을 보관 중이다. 비밀번호는 자신만 알고 있다. 지난해 7월 그림을 들고 김씨 대신 방송에 출연한 그의 아들도 금고에서 그림을 꺼내는 것을 그날 처음 봤을 정도다.

그는 "이웃 사람들은 내가 화원을 운영하는 줄로만 알고 있다. 가족들한테도 안 보여준다"며 "국가 보물급의 유물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외부로 노출을 안 시키려 한다"고 했다.

김씨에게는 더 진귀한 물건도 있다. 국내 최고(最古)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홍무 18년 총통'이다. 1996년 서울 인사동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총통을 산 뒤 이듬해 사기사건에 휘말려 7년 넘게 재판까지 했던 국보급이다.

퇴계 이황의 15대손 이동영(74)씨는 지난달 23일 방송에 출연한 후 큰 결심을 했다.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가보(家寶)를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1억원의 감정을 받은 유품이었다.

이씨의 소장품은 '만인산(萬人傘)'이었다. 고종 때 평북 초산 부사를 지낸 고조부가 어진 정치를 펴 백성들이 만들어준 기념품이다. "박물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민속자료"라며 높은 감정가를 받았다.

30년 동안 보관해온 가보였기에 아들이 반대했지만 이씨는 "이리저리 이사 다니며 아파트에서 보관하다 보니 훼손 상태도 심하고 이왕이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박물관에 보관하면 좋을 것 같아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에서 훼손 부분을 복원하고 전시실을 마련해주겠다고 제안해왔다고 한다.

김일환 PD는 "더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 5%는 박물관 등에 기증하고 5% 정도는 매매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집 프로그램 섭외차 연락을 가끔 해보면 "물건 팔아 자식 혼수 밑천으로 썼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옛날 물건을 보관하는 것보다는 가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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