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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본 입국 거부당한 '독도지기' 가수 정광태

쥴라이신부 2009. 8. 19. 10:44

[이봉원의 개그야그] 이태원의 훌치기낚시 전문가 정광태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 백리~."

대한국민이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독도는 우리 땅' 의 주인공은 정광태씨다. 요사이 일본에서 또 다시 우리 독도를 운운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더군다나 우익인 자민당에 이어서 민주당까지도 보수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백주 대낮에 날강도도 이런 날 강도 나라는 없다. 절대 물러서지 말고 온 국민이 혼연일치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하고, 그래서 더욱 바빠진 정광태씨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정작 노래의 주인공인 정광태씨가 가수가 아니라 개그맨 출신인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 자신도 어쩌다 행사나 프로그램에 나올 적에는 항상 '인기가수 정광태'입니다' 라고 외치고 다닌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히트곡 딸랑 한곡 가지고 수십 년을 재탕, 중탕, 삼탕, 우려먹는 사람은 몇 되질 않는다. '호랑나비' 김흥국, '독도는 우리땅' 정광태. 나는 이분들이 가수가 아니라 워낙 약을 잘 우려 내시길래 한약방 원장인줄 알았다.

이런 '독도는 우리 땅'의 태동도 가히 운명적이다. 83년에 '유머1번지'에서 포졸복을 입고 임하룡, 장두석, 이상운, 정광태가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부르고 앨범으로 제작을 하자고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녹음 당일 스케줄이 바쁜 임하룡, 장두석, 이상운은 나오질 않았고 비교적 한가했던 정광태는 나와서 "그냥 혼자라도 하자"고 해 이뤄진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들은 바쁘기도 바빴지만 이곡이 이렇게까지 히트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여하튼 그는 어부지리로 노래의 주인공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가수이자 독도 명예군수로 인생이 바뀌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광태형은 개그맨시절 엉뚱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당시 '유머1번지'는 아이디어회의를 모든 개그맨들이 모여서 하고 또한 본인의 아이디어가 없으면 그 다음주 출연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 개그맨들에게는 매주시련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아이디어의 노이로제인 광태형은 늘상 본인의 유일한 개그송 '한심이'만을 외치며 담당PD에게 "그냥 한심이나 한번 더하지요"라고 해서 요주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런 광태형이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 "아이디어인데요." 순간 담당PD와 우리는 긴장했다. "어떤 여자가요, 걸레를 들고 마루를 열심히 닦고 있는 거예요." 담당PD "오 그렇지, 상황 좋아. 걸레를 들고?" 정광태 왈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보고 한마디 하는 거예요. 아. 저 여자는 걸레구나."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한 정적과 고요가 밀려왔다.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광태형이 재차 한마디를 한다. "재미없구나. 그냥 한심이나 한 번 더하지요. 네?" 누구나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생각을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흔치않다. 그래서 광태형을 좋아한다. 가끔 궁금해서 광태형에게 물어본다. "형. 여자를 왜 일부 사람들이 냄비라고 표현할까?" "응. 그거는 맨날 자주 반짝 반짝하게 닦으라고 냄비야." 광태형 만의 발상이다.

총각시절 이태원의 전성기시절, 광태형의 별명은 밤의 보안관이었다. 길가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여자를 그냥 아는 사람인 것처럼 부른다. "얘. 이리와." 그럼 백이면 백 거의 다 "어머 누구세요?" 한다. 그럼 한술 더 떠서 "오빠야." 그럼 우리는 "형. 창피하게 왜 이래요?" 하면 "이러다가 걸리는 얘들도 있어."

그야말로 프로페셔널이다. 걸리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낚시 전문용어로 '훌치기낚시'다. 미끼 없이 그냥 낚싯대만 던졌다 들었다하면 어쩌다 눈먼 고기가 옆구리나 눈탱이에 끼어 올라온다. 이 또한 광태형만의 엉뚱함과 유머스러움이다.

그런데 우리의 독도 문제만큼은 엉뚱하지도 않고 그 누구보다도 단오하면서 확고하다. 주민등록상 본적 또한 '경상북도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20번지'다. 독도지기로 인하여 일본대사관에서 거부를 당해 평생 일본은 가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일본이 우리의 독도을 인정하는 그날까지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

독도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 아직도 그는 독도와 관련된 행사나 모임이 있으면 언제 어디든지 '24시간 항시대기 1588 독도 독도'. "아참, 내 노래중에는 김치주제가도 있어."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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