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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선수 40명에게 물었다...가장 창피했던 순간은?

쥴라이신부 2009. 8. 18. 11:19

[SC페이퍼진] 선수 40명에게

물었다...가장 창피했던 순간은?

 

쥐구멍에 해가 뜨면 큰일 날 순간은 어느 때일까. 바로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다. 상상해보라. 기껏 구멍을 찾아 숨었는데 스포트라이트가 비친다? 그만큼 더 민망한 장면도 없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쥐구멍이 있다. 민망한 순간, 부끄러운 순간에 재빨리 덕아웃으로 도망간다. 얼굴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날듯이 뛰어간다. 스포츠 파워서베이 두번째, 그 순간이 알고 싶었다. 쥐구멍을 찾아서 고개를 파묻고 덕아웃으로 뛰어가야만 하는 그 상황. 4가지 상황 중에 한 가지를 고르도록 했다. ①번트 실패 ②병살타 ③견제사 ④3구 삼진 중에 선택권을 줬다. 폼에 살고 죽는 프로야구선수들, 과연 이 네가지 중에 어느 순간이 가장 부끄러울까.


견제사 1위- "상대 덕아웃으로 가고 싶다"
병살타 12명 2위…번트실패 8명 순

"팀분위기 찬물""자책감 든다"등 이유


 ▶비명횡사, 가장 X팔리다

대상은 총 40명이다. 팀당 5명씩 대답을 들었다.

이제 그 결과를 공개한다. 가장 쥐구멍을 찾고 싶은 순간, 바로 견제사를 당할 때였다. 총 17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히어로즈는 4명이 거의 몰표를 던졌다. 이숭용과 황재균, 강정호, 김동수가 손을 들었다. LG와 KIA, 삼성은 각각 3명이 표를 던졌다.

다음으로 창피한 장면은 병살타였다. 12명이 고개를 숙였다. 팀별로는 한화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태균과 김민재, 신경현이 그렇다고 했다. 아마 보내기 번트 사인을 잘 내지 않는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는 듯 보였다. 강공 사인에 진루타도 치지 못한 것이 미안한 모습이었다.

번트실패에는 8명이 표를 던졌다. 3구 삼진은 3명으로 가장 적었다.

 ▶찬물을 끼얹어서 죄송!

창피한 이유는 다 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견제사의 이유를 먼저 들어보자.

"다른 것은 다 있을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견제사를 당한다는 것은 딴 생각을 했다는 것 밖에 안되잖아요." LG 박용택의 이야기다. 대부분 이런 이유로 견제사를 가장 창피한 순간으로 꼽았다. KIA 김상현도 "집중력을 잃은 실수이기 때문에 창피하다"라고 했다.

히어로즈 강정호 역시 "경기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눈치가 보인다"며 멋쩍게 웃었다.

삼성 박석민은 "집중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X팔리다. 팀에는 찬물이다"라고 했다.

그런만큼 더 쥐구멍을 찾고 싶다. 박석민은 "아웃되고 1루에서 덕아웃까지 들어올려면 관중에게 미안하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히어로즈 김동수는 "상대팀 덕아웃으로 가고 싶다"고까지 했고, 같은 팀 황재균은 "견제사의 경우 대부분 슬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누워있게 된다. 그 때는 정말 일어나기가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도' LG 이대형도 예외는 아니다. "원정경기라면 1루서 3루쪽 덕아웃까지 한참을 뛰어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더 창피하다"고 했다. 롯데 박남섭은 한술 더 떠 "찬물 한잔 마시고 카메라를 피해 덕아웃 깊숙히 숨어있는다"며 웃었다.

병살타는 소위 '쌍피'로 죽는 탓에 부끄럽다. 롯데 이대호는 "다른 건 다 아웃카운트가 하나지 않느냐. 병살타는 두명이 죽기 때문에..."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절친한 친구인 한화 김태균도 "4번타자로 주자가 있으면 최소한 진루타를 쳐야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런데 두명을 죽이면 자책감이 든다"고 했다.

작전수행 능력에서 프로야구 선수중 최고라는 한화 김민재 역시 "승패를 좌우할 때 병살타만큼 창피한 건 없다"고 웃었다.

번트실패를 최악의 순간으로 꼽은 선수들은 "팀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SK 박재상은 "내가 2번타자 아닌가. 번트는 제일 중요하고 잘해야 하는 건데 실패하면 가장 부끄럽다"고 했다. 같은팀 정상호는 "다른 건 개인의 능력차에 따른 거지만 번트는 야구의 시작이고 기본이다. 꾸준히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작전에 실패하면 벤치쪽을 보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의외로 번트작전이 거의 안걸리는 한화 이범호도 이쪽 편을 들었다. 그는 "삼진도 먹을 수 있고, 병살타도 잘 맞은 타구라야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번트실패는 100% 내 잘못이다. 그래서 부끄럽다"며 공감했다. 두산 최승환은 "나는 주로 8번이라 번트를 성공시켜서 기회를 이어줘야 하는데 실패하면 최악이다. 덕아웃 맨끝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있는 수 밖에 없다"며 죄인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3명이 선택한 '3구 삼진'이 창피한 이유는? '공도 못맞히는 게 무슨 타자냐'는 거다. 타격선두 롯데 홍성흔은 "3구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못때리고 들어온다는 건 타자의 임무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두산 최준석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냥 고개숙이고 들어온다"고 했다.


▶타순과 심리적 상관관계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왜 그 항목을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분명 그의 '역할'과 연관이 있다. 이번 서베이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 상관관계가 보인다. 타순과 팀에서의 역할에 따라 선택 성향에 차이가 있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항목이 3구 삼진이다. 모두 팀의 중심타자들이 택했다. 홍성흔과 최준석, 삼성 채태인 모두 한방씩 쳐줘야 할 주포들이다.

중심포들의 또 다른 성향이 나타나는 대목이 병살타다. 아무래도 각 사령탑은 중심타자에게 번트사인을 내지 않는다. 따라서 주자가 있으면 병살타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대호와 김태균, 삼성 최형우, LG 이진영, 히어로즈 이택근의 선택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이런 심리적 관계는 견제사에서 딱 드러난다. 팀에서 좀 뛴다는 타자들이 대부분 견제사를 '타자의 지옥'으로 꼽았다. 두산 이종욱, 이대형, 이용규 등이 그 부류다. 하긴 발 하나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데 누상에서 견제에 걸려 죽는다면 그보다 큰 치욕이 어디 있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보내기번트 실패는 어떤 부류가 택했을지 대충 감이 올것이다. 바로, 작전세력(?)들이다. 팀의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들이 그들이다. 롯데 김주찬, 한화 강동우, 두산 손시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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