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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족집게 수사관 고영민의 범죄 없는 세상

쥴라이신부 2009. 7. 17. 07:53

[족집게 수사관 고영민의 범죄 없는 세상 12]

        어머니에게 욕설… 패륜 저지르는 사람들

 

아버지가 날 때려요. 처벌해 주세요!!!

하루는 자신의 아버지가 마구 때린다며 처벌해 달라는 112신고가 접수되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온통 집기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20대 아들과 50대 아버지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과 욕설을 남발하고 있었고, 한바탕 전투를 벌인 흔적이 집안뿐 아니라 두 사람의 얼굴주위에도 남아 있었다. 아들의 얼굴은 약간 빨갛게 부어 올랐고, 아버지 또한 더벅머리 스타일로 흐트러져 있었다.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오로지 자신을 마구 때린 아버지를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저 싸가지 없는 놈이 술 처먹고 들어와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미치지 않을 놈이 누가 있냐”며 “인생 잘못 살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지구대에서 와서도 두 부자(父子)는 한참동안 고성을 주고 받았고, 어머니이자 아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두 부자의 모습에 한숨만 쉬다가 ‘두 사람 마음대로 하라’며 지구대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참을 말리고 설득한 끝에 아들로부터 아버지를 그냥 놔달라는 말을 듣고서야 귀가조치를 결정하였다.

문득 문밖을 나선 두 부자의 모습을 창 밖으로 보니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아내는 눈물과 함께 “이게 무슨 창피야. 동네 부끄러워서 살겠어. 못살아, 못살아”를 연발하고 있었다. 과연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서 빌고 있었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위의 건은 양반이다. 오히려 반대로 아들이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주먹으로 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경우도 있었고, 유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는 말에 아들과 어머니가 합세하여 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후 신체가 마비됐는데도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가족간의 폭행, 협박 등 싸움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부부간의 존중과 부모·자식간의 친함은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면서, 혹자가 얘기하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이 물구나무 선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가족간 문제에 어느 한쪽이 경찰개입을 원치 않으면 그냥 놔둬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정폭력방지 및 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가족간의 싸움일지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경찰이 개입하게 되고, 피해자의 처벌의사에 따라 가해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가족구성원들간에 함께 살아가겠다는 합의나 동의 없이는 제대로 된 가정생활이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 존중이 함께 해야 될 것이다.

물론, 싸움의 원인이 여러 가지이기는 하나, 평상시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술에 취한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의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고, 심지어는 칼로 찔러 죽이기도 하고, 이혼 및 형사고소에 까지 이르는 불상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위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지나가는 할아버지뻘 되는 분에게 담배나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했다고 야단치자 집단폭행하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을 걷다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부모 같은 분들에게 쌍욕을 하고, 뺨을 때린다. 공동주택 계단에서 담배를 피거나 교복을 입고 뽀뽀는 기본이요,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지나친 스킨십에 대하여 어른으로서 얘기를 하려고 해도 어떤 보복을 당할지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서 큰 한숨만 내쉬는 것이 현실이다.

실로 위에서 언급한 삼강오륜에 대한 정립이 다시금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혹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유교의 잔재인 삼강오륜을 들먹이냐고 할 수는 있으나,

▶삼강(三綱)
父爲子綱(부위자강)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고
君爲臣綱(군위신강)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고
夫爲婦綱(부위부강)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

▶오륜(五倫)
君臣有義(군신유의) 임금과 신하는 의리가 있어야 하고
父子有親(부자유친)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어야 하며
夫婦有別(부부유별)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하며
長幼有序(장유유서) 어른과 어린이는 차례가 있어야 하고
朋友有信(붕우유신) 벗과 벗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위에서 거론된 것이 과거(조선시대)와 현재가 몇 가지 처한 상황을 제외하고 다른 것이 있을까? 경제력만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고 정신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지금, 사회생활의 근간인 가족 구성원들 간의 기본예절에 대하여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본예절이 바로 선다면 집안에서의 싸움, 사회생활에서의 싸움과 어른과 아이들의 위계가 무너지는 일 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족집게 수사관 고영민 경장은?

2002년 경찰에 투신 인천부평경찰서 수사과에서 사이버범죄, 지능범죄 등을 수사했다. 2005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범 등 200명을 검거해 1계급 특진했으며 2006~2007년 연속으로 보험 사기범 단속 유공 경찰관으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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