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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기자회견모습 / 스포츠조선
이세돌이 입을 열었다.
최근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1년반 동안 활동중단을 선언한 이세돌 9단이 30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고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이세돌의 지적재산권 관리사인 (주)킹스필드의 차만태 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은 이세돌과 친형인 이상훈 7단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의 일문일답 등으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세돌은 “휴직으로 인해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입을 연 후 “그동안 나를 둘러싼 많은 얘기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으나 오해가 불거져 직접 심정을 말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세돌은 휴직이라는 초강수를 던지게 된 배경에 대해 “5월 26일에 열린 기사총회에서 나에 대해 ‘뭔가조치 하겠다’는 의결 결과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앞으로 오랫동안 같이 기사생활을 해야하는 동료들이 나를 이렇게 취급한 것에 대해 전혀 이해가 안 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세돌은 “(동료들이 나를 비토하는) 이런 공격적인 상황에서 바둑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또, 입단한지 1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와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해놓고서 중국리그에는 참가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소속팀(꾸이저우)을 꼭 우승시키고 싶었다. 13억 인구의 중국에 한국바둑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진정으로 한국바둑계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징계 의결이 된 직접적 사안인 한국리그 불참에 대해서는 “중국리그는 제한시간이 2시간이어서 다른 국제대회와 비슷하다. 다른 세계대회를 대비한 트레이닝이 된다. 또 중국선수들과의 대국은 나를 단련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반면 한국리그는 제한시간도 짧고 상위랭커에 불리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고 한국리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세돌은 또 “한국리그 불참은 오래전부터 생각 해왔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올해는 대회 개최 한 달전에 불참의지를 기원에 (전화로) 통보했다. 그 후 신안군의 팀 창설 등은 매스컴을 통해서 알았다. 신안팀에 우선 지명된 사실 역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동안 한국기원은 단 한번도 나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후원사에 기증하는 바둑판 등에 사인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바둑판에 사인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일종의 글을 남기는 행위다. 부채나 종이에 사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사인반이 전달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인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며 “몇몇 후원자분께 드리는 바둑판에 사인을 안한 것은 그 당시 몹시 마음 상한 일이 있어서 결례를 했다.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한 방송사의 인터뷰에서 “일인자는 일반선수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세가 요구된다”며 자신을 비판한 조훈현 9단의 발언에 대해서는“내 인생의 목표인 조국수님(조훈현 9단)의 인터뷰는 나를 아끼는 충고로 생각한다.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고치겠다“며 몸을 낮췄다.
기보저작권을 기사회에 일임하는 건에 대해 프로기사 중 유일하게 사인하지 않았던 이세돌은 ”서명을 요구하는 용지에는 기사개인에 권리에 대한 아무런 문구가 없었다. 개인의 권리관계만 명확해진다면 언제든 사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종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세돌은 ”1년반동안 쉬면서 심신을 추스르고 싶다.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더 일찍 복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휴직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며 ”일단 운동 등을 통해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20개월 동안 한국바둑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세돌은 2009 한국바둑리그에 불참을 선언한 후 프로기사총회에서 86대 37로 자신의 징계를 결의하자 이에 반발해 1년 반동안 한국바둑계를 떠나겠다며 휴직계를 제출했다.
이세돌이 휴직계를 내자 ‘조직의 불합리한 결정에 맞서는 용기있는 행위’라는 옹호파와 ‘개인의 이익만을 쫓아 동료와 조직마저 무시한다’는 찬반양론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기원은 7월2일에 이사회를 소집하여 ‘이세돌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러나 정상적인 프로기사 활동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해 휴직계를 냈다."
이세돌 9단(26)이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휴직계 파동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이 9단은 기자회견 서두에 한국기원과 기전주최사, 바둑팬을 일일이 거명하며 각각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3번이나 반복했다.
이어 휴직계를 낸 배경으로 대국이 어려운 상황이라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프로기사회가 자신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인 다수결로 제재를 결의한 상태에서 더 이상 바둑을 두기는 어려울 것 같아 휴직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바둑리그 참가는 계약상 계속 둘 수 밖에 없어 (1년 6개월)의 휴직기간과 관계없이 참가하고 있을 뿐이지 한국리그와 중국리그의 차별은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이 9단은 이날 다소 격앙된 표정에다 다소간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히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른바 이세돌 파동의 진원이 된 한국바둑리그 불참에 대해선 "한달전에 미리 참가가 어렵다고 통보했는데, 한국기원에서 연락한번 없다가 나중에 이를 문제삼아 제재의 빌미가 된 것은 정말이지 납득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또 프로기사회에서 불성실로 꼽은 시상식 두번 불참에 대해서도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9단은 "한번은 몸살로 어쩔 수 없었고, 일본의 도요타 덴소배의 경우엔 우승후 다음날 귀국했는데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전날 긴장이 풀린탓인지 늦잠을 자는바람에 다음날 오전 11시 시상식에 불참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때 밝히지 못했는데,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라 말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한국바둑랭킹 20개월 연속 1위한 스타지만 1년 6개월간 휴직하면 바둑감각을 잃기쉽다. 이에 대해 이 9단은 "한시적으로 감각 없어 떨어지겠지만 한두달 바둑두면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쉬면서 안정시킨다면 오히려 복귀후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겐 또 계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9단은 국내 기전 불참후 중국에서 진행중이던 중국바둑리그(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처럼 열리는 바둑대회)에는 계속 참가해 왔다.
그러나 '휴직계 제출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기전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한국기원의 내규와 한국기원이 중국기원측에 이 9단의 출전자제를 구두협의한 후 공교롭게도 중국바둑리그 참가차 중국에 갔다가 난데없는 신종플루 의심자로 분류돼 결국 대국을 못하는 불상사마저 벌어졌다.
이 9단은 "중국리그는 계속 참가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다른 조치가 취해진다면 그것은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자들의 집중 질문은 역시 이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이었다. 프로기사회 제재결의와 휴직계, 불참 파동의 진원지였기 때문이었다.
30일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온 이 9단의 형 이상훈 7단은 "신안군 참가는 불참통보 후 알았고, 사전에 이 9단과는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한달전 조훈현 9단을 비롯한 바둑계 원로들은 이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통보 직후 곧바로 '한국바둑리그 팀을 이끄는 건설사 일부의 부도 등으로 리그 속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9단의 고향(비금도)인 전남 신안군에서 리그신규 참가를 하려는데, 한국1위의 스타기사라면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을 바꿔 리그에 참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 9단은 "계속된 피로누적과 컨디션 난조로 바둑리그 참가도 좋지만 앞으로 세계대회 등 큰 대회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바둑을 잘 두는게 오히려 한국바둑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편, 오는 7월2일에는 한국기원 이사회가 열린다. 지난달 이 9단의 기전불참에 따라 프로기사회는 다수결로 제재를 결의했고, 한국기원이사회에 제재(최소 경고에서 최고 제명)를 요청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9단이 30일 기자회견에서 프로기사회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고, 휴직계 제출과 한국바둑 불참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또 그간의 오해와 소문에 대한 해명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명쾌하게 정리가 안된터라, 한국기원 이사회가 예정대로 한차원 높은 수준의 제재를 이 9단에게 가할 경우 바둑계에 또 한차례 파란이 예상된다.
<조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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